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듣는 조언이 "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세요"라는 말입니다. 하지만 초보자에게 이 말만큼 모호한 것도 없습니다. '겉흙'은 어디까지를 말하는지, '마른 상태'는 어떻게 확인하는지, 그리고 '듬뿍'은 대체 몇 리터인지 궁금하셨을 겁니다.
저 역시 초보 시절에는 날짜를 정해두고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물을 주곤 했습니다. 결과는 참담했습니다. 어떤 식물은 말라 죽고, 어떤 식물은 뿌리가 썩어버렸죠. 식물의 물 주기는 '날짜'가 아니라 '상태'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.
1. 겉흙이 마른 것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
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흙 속으로 찔러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. 겉면의 흙은 공기와 맞닿아 있어 금방 마르지만, 식물의 뿌리가 있는 속흙은 여전히 축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.
손가락 테스트: 검지 손가락을 첫 번째 마디까지 찔러봤을 때, 흙이 보슬보슬하게 떨어지면 물을 줄 때입니다. 반대로 흙이 손가락에 끈적하게 묻어 나온다면 아직 속은 충분히 젖어 있다는 신호입니다.
나무젓가락 활용: 손에 흙을 묻히기 싫다면 나무젓가락을 화분 가장자리에 5분 정도 꽂아두었다가 빼보세요. 젓가락이 짙은 색으로 변하거나 젖어 있다면 물 주기를 미뤄야 합니다.
화분 무게 체감: 물을 준 직후의 화분 무게와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의 무게 차이를 기억해 두세요. 화분을 살짝 들어봤을 때 "어? 왜 이렇게 가볍지?"라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골든타임입니다.
2. '듬뿍'의 기준은 화분 구멍입니다
물을 줄 때는 화분 위쪽으로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준 뒤, 화분 바닥의 배수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줘야 합니다.
종이컵으로 한두 컵씩 감질나게 주는 방식은 최악의 물 주기입니다. 물이 흙 전체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단부 뿌리만 젖고 하단부 뿌리는 말라버립니다. 또한, 물이 흙 사이사이의 노폐물과 나쁜 공기를 밀어내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, 조금씩만 주면 이 '환기 과정'이 일어나지 않습니다.
3. 물 주기보다 중요한 것은 '배수'와 '통풍'
식물이 과습으로 죽는 진짜 이유는 물을 많이 줘서가 아니라, '물이 화분 안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'입니다.
받침대 물 비우기: 물을 주고 난 뒤 화분 받침대에 고인 물은 반드시 바로 비워주세요. 고인 물은 뿌리의 호흡을 막고 썩게 만드는 주범입니다.
배수층 확인: 화분 맨 아래에 난석이나 마사토 같은 굵은 입자의 돌이 깔려 있어야 물이 원활하게 빠집니다. 만약 배수가 안 된다면 아무리 적게 줘도 식물은 병듭니다.
물 주기 후 환기: 물을 준 직후에는 창문을 열거나 서큘레이터를 틀어 흙 위의 수분이 적당히 날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.
4. 계절별로 물 주기 공식은 달라집니다
여름철에는 식물의 성장이 빠르고 증산 작용(잎을 통해 수분을 내뱉는 활동)이 활발해 물을 자주 줘야 합니다. 반면, 겨울에는 식물도 휴면기에 들어가므로 물 주는 횟수를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.
"여름엔 3일에 한 번, 겨울엔 보름에 한 번" 식의 고정된 공식보다는,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물 주기를 1~2일 늦추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.
핵심 요약
물 주기는 요일이 아니라,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으로 흙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 뒤 결정하세요.
물을 줄 때는 화분 배수 구멍으로 물이 나올 만큼 충분히 주어 흙 속 산소를 교체해 줘야 합니다.
화분 받침대에 고인 물은 뿌리 부패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즉시 비워주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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